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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산-진대봉

여행정보

by 윤기영 2007. 5. 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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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의 산-진대봉

999m·경북 봉화
          하늘로 길게 솟은 바위…등로 없어 조심해야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 땅에 들어서면 수려한 계곡들이 발길을 멈추게 하지만, 각자 모양새가 특이한 산들이 암골미를 뽐내는 기세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달바위봉, 진대봉, 조록바위봉이 그들인데, 달바위봉과 조록바위봉은 오래 전에 등산로가 개설되었으나 진대봉은 아직 등산로가 없는 실정이다.

진대봉은 한 마디로 철(凸) 자처럼 생겼다. 근동에서는 진바위라고 부르는데, 길다는 뜻의 방언이다. 하늘로 길게 솟은 바위라는 말이다. 정상 북쪽에는 길게 생긴 바위가 곧 쓰러질듯 솟아있다. 빌딩처럼 솟은 잔대봉은 대현리 어디에서도 특이하게 눈에 잘 띄어 찾기 쉽다.

태백과 현동을 잇는 35번, 31번 국도가 지나는 경북 석포면 대현리 석포초교 대현분교 옆 현불사 표석을 산행들머리로 삼아 대현리 주민 이석천씨(60), 태백의 장태순씨(55)와 백천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계곡은 위도상 세계적으로 제일 남단에 위치한 열목어 서식지다. 열목어는 온도가 낮은 아주 맑고 깊은 골짜구니에서 흐르는 물에만 산다. 치어가 3~4년 후면 몸길이가 30cm를 넘으며 1m 이상 큰 개체도 있다. 주민들이 그들을 잘 지켜준 덕분에 상류에는 아직도 열목어가 노닐고 있다.

▲ 진대봉 암릉에서 본 태백산 부쇠봉~문수봉 연릉.

백천계곡 지류 진바위골로 올라


걷는 사람은 없고 현불사로 오가는 자동차만 가끔씩 지나다닌다. 진대봉을 끼고 도는 협곡 위로 정상이 코앞에 올려다 보이지만, 진대봉 북서쪽에 있는 진바위골로 가기 위하여 백천골을 따라 걷는 것이다. 양쪽은 깎아지른 석벽이다. 석벽으로 소나무들이 빼곡히 붙어 바위타기를 한다. 물은 푸르다 못해 멍이 들었다. 선경이 따로 없다. 이것이 선경이다.

▲ 백천계곡의 이석천씨 집에서 본 진대봉(오른쪽)과 달바위봉.
바위모퉁이를 2회 돌아들어 열목어서식지 표석을 지나 시멘트다리를 건너 ‘대현리 55호’ 전봇대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현불사 표석에서 2.3km 거리다. 여기서 지금까지 걷던 백천계곡과 이별하고 왼편에 와폭을 이룬 진바위골로 들어선다. 입구는 좁아 보이더니 계곡으로 들어서자 넓은 계곡은 별천지다. 물도 맑고 나무도 빼곡히 들어찼다. 겨울인데도 양치식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계류의 징검다리를 3회쯤 건너 계곡을 따른 지 12분쯤에 계곡 삼거리다. 지금까지의 천연림 대신 여기에는 인공조림한 일본이깔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빼곡히 솟아있다. 지형이 함지박처럼 생겼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기에는 쓸 만하겠다. 옛날 진바위골에도 사람이 살았었는데, 마지막까지 살던 사람은 진대봉 남쪽 둔지골 언덕으로 이사한 후 무인지경이 되었다.

▲ 진바위골의 일본이깔나무 조림지. 예전 화전터다.
계곡 삼거리에서 왼편 주계곡의 일본이깔나무숲 아래를 따라 15분쯤 오르니 왼편으로 지계곡이 나타난다. 둔지골로 이사했다는 사람이 살던 집터인 듯하다. 일본이깔나무들이 모두 베어 그대로 버렸다. 누워있는 나무등걸과 줄딸기 덩굴을 헤쳐가며 주계곡을 버리고 왼편에 곧추선 진대봉을 올려다보며 지계곡으로 올라간다. 사람이라고는 다닌 흔적도 없다. 덩굴식물들이 엉클어져 있고 발에 밟히는 것은 이끼 낀 너덜겅뿐이다.

급경사를 30분쯤 올라서자 성벽 아래에 이른 것 같은 직벽이다. 직벽을 끼고 왼편으로 돌아가며 위를 쳐다보니 바위봉과 바위봉 사이 조금 잘룩해 보이는 지형을 향해 네 발로 긴다. 호랑이걸음 호보법을 쓴다. 아주 된 가풀막이다.

진달래 나무등걸을 움켜잡기도 한다. 눈도 붙어있지 못하는 경사를 안간힘을 10분쯤 쏟자 곧추선 바위 아래 잘록이다. 이 바위가 진대봉의 이름을 낳게 한 ‘긴바우’가 틀림없겠다. 꼬리진달래가 서식하는 암릉이다. 바위에는 식용 가능한 석이가 덕지덕지 붙었다.

▲ 바위로 이뤄진 진대봉 정상.
낙타 같은 바위등을 타고 천천히 주봉을 향해 나뭇가지를 꺾으며 30분 더 오르자 사방이 직벽을 이룬 정상이다.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바위에 뿌리를 박았다. 북쪽 조망은 흰 눈을 머리에 인 문수봉과 부쇠봉이 길게 가로누웠고, 암골미를 자랑하는 조록바위봉도 건너편에 솟았다. 남동으로는 진안 마이산 형님격인 달바위봉, 남쪽은 솔개발목이봉 뒤로 비룡산이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서쪽은 청옥산이 백두대간과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하산은 올라올 때 보았던 진바우가 있던 안부로 되내려간다. 보조자일을 챙겨와야 하는 건데…. 나무뿌리가 뽑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성벽처럼 생긴 곳에 이른다. 이제는 직벽을 끼고 왼편으로 트래버스한다. 철자처럼 90도 꺾인 곳에는 걸리적거리는 잔챙이 나무들이 없다. 정상을 떠난 지 35분쯤 걸려 진대봉에서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서쪽 주능선에 도착했다. 이제야 한숨을 돌려본다.

여기서 둔지골로 곧장 하산하여 산행을 마칠 수도 있겠으나 주능선을 따라 청옥산 방향으로 걷는다. 순탄한 능선이다. 아름드리 금강송 사이로 뒤돌아보니 등골을 오싹하게 했던 진대봉이 창날처럼 솟았고, 달바위봉도 운치를 보탠다. 신갈나무, 굴참나무, 진달래나무가 어울린 능선에는 봄이 오면 진달래 터널을 이루겠다.

주능선을 30분쯤 따라 산행하였으니 이쯤에서 능선을 버리고 왼편 둔지골을 향해 내려선다. 계곡은 낙엽이 쌓여 폭신폭신하다. 약 15분쯤 내려서니 둔지골 수렛길이다. 둔지골에 있는 태란사를 볼 요량으로 둔지골을 거슬러 약 200m쯤 오른다. 법진 주지가 창건한 자그마한 절이다. 차 한 잔 공양 받고 털레털레 30분쯤 계곡을 빠져나오니 진대봉, 달바위봉이 마중하고 언덕 위의 하늬바람 펜션과 부래주유소가 반기는 35번, 31번 국도다.

# 산행길잡이

현불사 표석~(30분)~진바우골 입구~(30분)~집터~(50분)~정상~(35분)~주능선~(1시간35분)~태란사~(30분)~35번, 31번 국도 <4시간30분 소요. 보조자일 필수>

# 교통

태백→대현 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3300)에서 대현 경유 봉화·안동·영주·대전·대구·의성행 버스 1일 10회(07:00, 08:35, 09:40, 10:45, 11:45, 12:45, 14:45, 16:00, 18:15, 19:10) 운행, 요금 2,600원. 30분 소요.

대현→태백 버스정류소(054-672-6445)에서 1일 11회(09:30, 10:25, 12:25, 13:15, 14:35, 16:15, 17:25, 18:10, 19:10, 20:50, 23:00) 운행.

봉화→대현 시외버스터미널(054-673-4400)에서 태백행 버스 1일 9회(08:20, 09:15, 12:05, 13:25, 15:05, 16:15, 17:18, 19:40, 21:50) 운행. 대현에서 하차, 요금 6,600원.

대현 버스정류소에서 07:30(영주·대전), 09:05(영주·대구), 10:10(영주·대구), 11:15·12:15(대전), 13:15(대구), 15:15(대전), 16:25(안동·의성·대구), 17:25(영주·대구), 18:45(안동·의성·대구), 19:40(안동) 운행. 대구~대현 요금 16,700원.

# 숙식

대현리 둔지골 입구에 있는 하늬바람펜션(주인 안만석·054-672-4750, 011-9777-4759)에 예약하면 마중도 하고 산행기점까지 교통을 도와준다. 청옥산 자연휴양림(054-672-1061~2)과 태백고원 자연휴양림(033-550-2849)이 인근에 있다.

청옥산기사식당(054-673-4459), 모리가든식당(054-672-6446)에서 식사가 가능하고, 대현대정회 회장 이석천씨(011-9076-6602)나, 부래주유소 김용주씨(011-367-6446)에게 산행이나 숙식을 문의하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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