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연작시_경포의 여로
윤기영
우주정거장엔 온전히 바다만 남는다
물결에 부서지는 빛의 경고음들
서로 부딪쳐 부서지는 소통일까
파도가 기억조차 지우고 가면
파도를 이겨내는 것부터 배웠다
바다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파도를 바라보니 혀가 있었다
상어처럼 하얀 이빨과 거칠 입술도 있었다
파도에는 우주의 영혼 소리가 들렸다
수평선 위에 자라는 마음의 뿌리마저
정든 목소리로 가끔 부르는 곳
마음이 달려가는 경포바다
그 광경에 모든 시름 덜어내고 싶은 날
물가에 털썩 주저앉으니 바다가 되었다
백사장 모서리에 보험회사 간판이 바다를 본다
경포의 바람은 파도에 물보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