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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감성을 직시하는 연금술사_저 꽃잎_전문구 시집_『현대시선』 발행인 윤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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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영 2022. 6. 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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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시적 감성을 직시하는 연금술사

저 꽃잎_전문구 시집

현대시선발행인 윤기영

 

 

1 시 영역을 탐구하는 연금술사

 

시의 영역에서 자기주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시는 현실을 재구성하는 자기의 성찰이라 말한다. 시인의 삶에서 오는 큰 울림과 작은 울림이 있는데 그 삶 속에는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은 순간순간을 성찰하게 된다.

 

두 번째 시집을 상재하는 전문구 시인의 시를 일별해보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시와 소통하려는 집념이 보인다. 시의 흐름 속에는 시가 시를 기다리기 때문에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는 바람에 흔들이는 문밖의 소리와 같은 것이라 생각에 따라 마음이 동요되는 본능적으로 시의 근본을 찾아 성찰하며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시의 간접적 체험을 통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실체가 느껴지기 때문에 순간순간 성찰을 내면에서 꺼내어 따뜻한 문장의 언어를 옮기는 일을 하는 것이 연금술사이다.

 

요즘 시의 모티프는 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작품들이 저변확대 되면서 문학의 주류도 다양한 지금, 우린 어떤 관념에 대한 견해가 필요한지 고민해야할 시기이기도 하다. 시 쓰는 일은 감성만으로도 안되고 시의 깊이를 번뜩이는 지성인이어도 안되는 것이 다. 시의 한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천성과 감성 사상과 언어가 총체적으로 융합되고 통일되었을 때 한 시인의 시로 주목받게 된다.

 

전문구 시인의 봄이 무서운 건중 봄이 무서운 건//차가운 얼음 속/잉태하는 봄은/시기 바람에 녹아든다/벌어진 문틈으로/검은 눈동자 초록 물감 들고//기지개 켜는 땅/틈 사이로 돌 문을 여는 아가 손/안아주는 대지의 가슴/새벽마다 젖이 흐르고/햇볕 해바라기에 빈 젖을 물고/하늘을 향해 걷는다//봄이 무서워하는 건/무표정 얼굴에/주름 새긴 호미든 얼굴//그래도 봄은 미소를 달고/밭둑 사이로 대기한다봄이 무서운 건은 시인이 바라보고 느끼는 성찰이 남다르다. 시가 바람에 녹듯 무겁고 칙칙한 일상들이 봄기운에 싱그러움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봄의 목마름은 영롱한 이슬방울처럼 소리 없이 찾아오고 있음을 시에서 말하고 있다. 시의 절제된 언어의 감각은 시인의 숨결에서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표현 기교에 몰두한 사색을 감상해 보자

삶의 감성을 여과시켜 정제된 서정의 시 세계가 기다려진다.

외로움보다 쓸쓸함

가슴골 보인 기억

사라지는 안개 앙금

 

눈물 뚝뚝 흘리며 바람 탓하고

흘린 자국 마음 담아

텅 빈 머릿속 채우는 외톨이

 

생각나는 친구가 있고

아련한 추억장 넘길 때

아쉬운 가슴 멍이 든다

돌아갈 수 없는 마음만 청춘

외로움과 정을 나눈다

 

생각이란 길 하나 삶이

웃음 자아내고 우울하기도

스치는 마음 후회

가슴 시린 따뜻함도

기억으로 새겨질 뿐

다가갈 수 없는 무지개

 

보이지 않는 담쌓고 살아도

피할 수 없으면 고행이요

즐길 수 있으면 아름다운 추억

 

북적대던 마음 삭아 낙엽 되고

아리게 그립던 사람 추억되어

현실로 안주한다

흔들흔들 사는 것이 갈대 인생

홀로 일 때 그대 연서(戀書) 숨기리

(홀로라는전문)

 

전문구 시인의 홀로라는시는 지난 시간을 견인하고 있다. 시의 목소리는 그리움 되어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지난 시간을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무지개빛으로 시적 지향점을 나름대로 인식하고 있다.

 

봄이 무서운 건』 『홀로라는 시는 투명하고 순화된 인간 정신의 미적 표상이다. 시인은 삶의 체득에서 빚어진 현실의 내면 풍경이 진솔하게 묘사와 삶 속에 그려지는 시적 호흡을 통해 언어 감각과 순발력이 뛰어난 상상력은 시를 쓰게 하는 원동력이다. 우린 시인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추구하는 시적 울림이나 사물적 시편에서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상상에 잠길 수 있지만, 그 해답은 자연의 이치라는 것에 해답이 있음을 발견하게 이른다. 시인이 바라보는 원초적 발견 그 감성을 수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거로 본다.

다시 새벽 나무 새벽 공기 바람 빠진 공/새벽은 울고 있다/차디찬 허공 눈물 만나 안개를 이루고/새벽 가르며 주춤한다//눈물샘 마를 줄 모르고/내리는 공기 감싸 안아 늙지 않는 온도 감추니/추위보다 젊어 짐에 기쁨에 소리 스삭스삭/산 위에 망부석 서 있는 저 나무/추위에 쌓여 나이가 들지 않는다/변절하지 않음에 몇백 년 간직하고/귀양은 있어도 심지가 깊다//적색 신호 만물을 섭취하고/노랑 신호 잠자고/반짝이는 신호 호흡한다/하늘이 낮아질 때 마시고/소리 없이 오는 바람에 물 올려/하얀 눈 내려올 때 백의 옷 갈아입고//마침표 찍으려던 시름에/알 품는 새들 오래된 마을 선물하고/지저귀는 새소리에 승무(僧舞)가 제격/새벽이 다가옴에 눈물 차오르고/한 방울의 피안(彼岸)*을 떨어뜨린다 새벽 나무를 통해 시인은 서정의 상징성을 보고 있다. 깨달음 통해 얻어지는 것은 진리라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비옥한 땅에 씨앗이 내려 자연이 있듯 저 숲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수용하는 자세는 인정과 사랑이 가득해 보이며 시인의 삶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에 있어 시의 순수함의 정서를 호흡하며 언어예술의 가치를 즐기고 함께 시의 연대성을 갖고 접근한다. 시와 삶의 접근성은 심상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의 구조이다. 생각에 따라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정서적으로 미묘한 차이는 삶에서 오는 절실한 삶의 온도인지도 모른다.

 

봄이 무서운 건』『홀로라는』『새벽 나무 등에서 보여주는 독창적 언술 묘사는 자연미의 발견이며 풍류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자연의 긴 통로를 통해 얻어지는 진리는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긍정적 마인드가 시를 쓰게 하는 연금술사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환기해 줌으로 시적 온도는 따뜻한 소통이 시작되고 있다.

 

2. 순환은 삶의 진리

 

전문구 시인의 시는 인내와 참아내는 끈기와 긍정 인생의 희망적인 미덕으로 반전시키는 것은 가족과의 우애가 남다르게 보여진다. 시인의 시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정서적 표상들은 진정성의 묘한 향기가 순환의 시대는 기억을 더듬고 삶에서 오는 둔탁한 소리가 새로운 시적 시대의 살아있는 발견이다.

 

세월은엄마표 고무 로봇 꿈꾸는 세상에/제작연도 확실한 피카소 그림 달고나와/천재 소리 들어간 울퉁불퉁 신작로길//참외인지 호박인지 구분 없는 인생살이/석기시대 가고 싶은 희망 사항/변한 세상 피하려 담배 먹던 기억으로/가득 고인 눈물 넘치기 기다려도/장작불 말라버려 흔적 없는 마을//시 공간 초월하여 말썽쟁이 자식이 아닐 거나/정리된 인간상 박제된 틀 안에서 서서히 굳어간다/이 옷 저 옷 바꿔 입어 변화를 갈구 하나 속옷은 그대로/박제된 가슴앓이 시작될 때 심지에 불붙이고/타들어 간 심지는 피할 수 없는 세월//터질듯한 심장에 부푼 가슴 봉긋이 솟아올라/속옷 바꿔입고 구름 타고 지난 세월 흘러내고/지나 보니 불효자식 독수공방 신세일세 후회하고 땅 꺼진 후 머리 드니 노을이네//앵무새 말하는 것 웃음으로/돌려세운 돌머리 후회되고/앞서 갖던 미라들이 하고 싶은 말/땅속 한이 되어 승천하지 못함은/한 페이지 두 페이지 책 속에 남아있네//흔적 지우려 돌아보니 오간 데 없는 그믐달/초승달이 담아두니 보름달이 뱉어버려/토끼 간 도굴하여 토성 안에 가둬둔다/그래도 세월은 간다

 

,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마종기 사랑하는 이여/세상의 모든 모순 위에서 당신을 부른다/괴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아라/순간적이 아닌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내게도 지난 몇 해는 어렵게 왔다/그 어려움과 지친 몸에 의지하여 당신을 보느니/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기쁨을 만나라/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문을 닫고 불을 끄고/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중략- 별빛은 본래 과거의 빛이라 말하기도 한다. 믿는 사람들의 어떤 기대감에 의지하는 꿈꾸는 자유의 세계이듯 소멸은 진리이다.

 

전문구 시인의 세월은과 마종기 시인의 ,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시 내용은 다르지만 별에 대한 성찰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전문구 시인은 지난 시간에 잠시 멈추어 후회스러운 자화상은 아직은 경이롭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시인은 다시 편지 구김 없는 편지 한 장/우표 없이 손으로 전해진 편지/그대의 가슴을 녹였습니다//감성에 젖어 흘린 눈물 구름 되어/흠뻑 내리고 내린 비에/머리를 적시고 살갗으로 스며 혈관을 확장/투과한 편지 넓은 동맥을 관통하고/심장에 스며든 비 온몸을 감싼 고백 편지//인생이 편지 속으로 들어가/흐른 편지 반세기를 떠돌다 움츠리고/편지 주인공 허공에 떠돌다 물기를 머금어/비구름 되어 그대 발과 옷깃을 적시고 있다//끌림에 흘러드는 힘은 가냘픈 실오라기/한 겹 두 겹 감기는 몸에 두른 명주/띠앗 머리 나눈 정도 아닌 잊지 못하는 편지/외로움에 불쑥 찾아오는 아린 풋풋함//옛 생각 그리워 정거장 찾는다/마주친 눈빛이 그리워 찾은 정거장/깜빡이는 불빛에 심장이 외출한다/꺼낸 심장 화살로 만들어/환생하면 쫄깃한 심장으로 날아갈 텐데//잊어버린 편지 되새김하여/익어가는 과일에 향기를 품고/그대 나무 접()하여 같은 향기로 섞어/아름답게 피려 또 떨어지고 있다 편지 속에 간결하게 들려주는 행이었다. 잊어버린 편지 되새김하여. 익어가는 과일에 향기를 품고 서로 다른 몸에서 만나 피어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편지의 시는 모두 살아있는 체험들이다. 체험이 절실하고 각별하기 때문에 더 치열한 긴장의 과속을 실감하게 하는 시어 들이다. 구겨지지 않는 편지는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있음을 말하고 있어 그 추억의 기억 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의 호소력과 시의 깊이를 확보하고 있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우린 다음 시에서 또 다른 감성을 만나보자.

 

피다 만 꽃은 없습니다

아름답게 피려 참고 있을 뿐

숨어 피는 꽃도 없습니다

그대의 꽃이 되려 숨어있을 뿐

흘러가는 꽃은 없습니다

구름이 흘러갈 뿐

그대 눈에 비친 꽃은

그대 마음에 비치는 거울입니다

-전문

 

목화 속에

싹틔운 여인

 

두 볼 다듬는

저 꽃은

 

어디서

피려 하는 걸까

 

아이들

웃음소리에

 

뚝뚝 떨어지는

저 꽃잎

-저 꽃잎전문

 

화사함 뒤에 숨어

슬픔을 흘리는 기둥이여

꽃술 합한 주에

가늘게 떨리는 손

 

꽃이 자태를 뽐내며

날갯짓 생명을 부르고

팡팡 그림에 부릅뜬 눈도

어울려 있는 색을

탐하지 못하는구나

 

뜨거운 사랑 들어오면

아름다운 꽃도

쓰러져 울지만

기둥 속 숨었다

다시 태어나려는 잉태

 

황홀한 내일을 위해

꽃대는 숨어서 긴장한다

-꽃대전문

 

전문구 시인의 계절에 대한 윤회는 남다르게 보인다. 마음의 꽃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꽃대 속에 숨겨진 비밀들이 감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시를 통해 여린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꽃은 봄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희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의 마음에는 꽃처럼 여린 마음이 거울처럼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꽃잎』『꽃대 통해 진리를 보고 있다.

세월은』『편지 이 두 편의 시는 시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과 계절이 주는 의미 속에서 성숙하여가고 있음은 인생 갈무리로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인과 사물 사이에 동일성으로 접근하고 공감을 이끌어 공존한다는 것을 다양하게 잘 나타내고 있다. 시인은 삶의 환기를 발견해 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본다.

 

1. 봄이 무서운 건』『홀로라는』『새벽나무는 깨달음의 이치에서 끊임없는 삶과 연민해야만 삶의 일부가 되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세월은』『편지』『』『저 꽃잎』『꽃대을 통해 소통하고 지난 시간을 성찰하고 있음을 말해 줌으로 시인의 순수 자아 발견과 오감을 느끼며 시와 여행 중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다시 시의 소통으로 들어가 시인의 투철한 시 세계를 엿보기를 하자.

 

3. 우린 달아나는 것을 보며 서 있어야 한다

 

시인은 자연의 이치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삶의 치열한 현실인식은 적응하기 위한 독백 구조로 시와 타협하며 목마름을 젖어 나름대로 삶을 성찰하며 사는 것 같다. 가끔은 현실을 들여다보고 호소력 있는 언어 구사와 시의 개성을 살려 독창적으로 주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을은 가을 미녀 밀어내니/입술도 빨강이요/구름에 붙은 낙엽도 여행 중//고독해서 좋은 사람/실 꽤 엮어본들 양귀비 어림없고/폭삭 늙은 매 호박도 초경(初經)보다 미인이니/중구난방 살아볼까//연료 없는 흰 구름 추락 걱정 얼굴이 노래지고/걱정 많은 얼굴 희미하게 눌어간다/왕복 없는 인생에 작아짐은 소심함//자유는 늘리고 억압은 지우고/낙엽으로 시를 지어 벌거숭이 가려주고/벌거벗은 마음 가을바람 담아둔다//비실비실 볼때기 석양이 비춰주면/붉은 단풍 무지개색 변신한다//가을이 예뻐지는 날/구겨진 마음 활짝 펴고/빨간 알코올 마시고 홍단풍과 흔들흔들/어디든 떠나 보자/가을은풍경화를 보는 듯 아름답기만 하다. 그 풍경은 소박하기도 하고 자유롭기도 하다. 가을 파란 하늘에 물들어가는 가을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앞서고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우린 자연의 이치를 바라보며 내가 늙어가는 지난 시간을 후회하곤 하는 게 인생의 참맛인지도 모른다. 시인이라 얼마나 다행이든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과거와 현실을 여행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정원수(庭園樹) 울퉁불퉁/색과 숫자 갈등하여 날려버린 종이/기형 나무에 웅크린 눈/변하지 않는 마음 깊이/들판 자유롭게 피는 움직임에 홍역을 앓고/이사한 곳 그리워 몸이 떨고/물 한 모금에 보듬을 다한 것/미뤄지는 계절 혼란만 초래한다//뭉툭한 얼굴도 자연에 봉사하고/외로운 눈물 되돌려도 힘 떠난 나뭇가지/친구 옆자리 하나 보기 싫다 버림받네//뭉툭 뭉툭 돌 틈에 끼어버려/비켜주는 돌부리 기쁜 마음 감싸 안고/너 잡고 견디니 고마움 뿌리로 전해준다/머리카락 푸른색 염색하니 얼굴엔 함박웃음/모자란 놈 모임방//못난이 환영하고 잘난 놈은 비켜나고/우글쭈글 환영하니 동네 얼굴 동화되어/억지 부려 살아나도 변신이 고민되네/허리 늘려 고령 되어/존경은 고사하고 팔려 갈까 어지럽다/못생김에 감사함을/정원수(庭園樹)처럼 사람 손길이 필요한 나무들이 있다. 얼마나 사람 손이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사람도 미용실을 찾아 머리를 다듬고 보면 새로운 모습이 되듯 정원수도 주인의 손길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이렇듯 시인은 사물을 통해 오감을 느끼고 성찰하며 글로 표현하니 얼마나 좋은 직업인가 늘 가슴에 도사리고 있는 언어를 글로 풀어 놓을 수 있는 연금술사가 아니던가 사물을 바라보고 성찰하는 것은 시인의 발전이다.

 

가을은』『정원수(庭園樹)통해 시인이 말하고 싶어하는 시적 사색은 정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꽃이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와 시인이 살아가는 감성의 소통은 현실에 부응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이른다. 그 중심에는 시인이 하고자 하는 시의 영역에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린 시를 쓰기 위해 기다림 또한, 찬란한 인생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서정의 꽃을 피워볼 일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시인의 마음에는 영원히 떠나지 않는 시적 감성을 통해 적나라하게 적시하고 있어 독자와 공감하는 영역을 확보해 줌으로 소통하게 이른다.

 

 

더하기와 빼기

아군과 적군

하얀 고무신 검정 고무신

극과 극이 만난 것 같다

 

하지만 흑과 백은 가장 친한 친구

하얀 종이에 검은 잉크가 어울리고

흰 구름 아래 먹장구름이 틈을 비비고

하얀 갈매기는 육지를 그리고

검은 까마귀는 바다를 그리며 산다

 

검은 마음을 가진 종족은 시비를 걸고

하얀 마음을 가진 천사가 베풀어

물들지 않는 것이 진실

 

흑백 논리는 가능해도

섞일 수 없는 운명

양보에 따라 색이 변한다

봄과 가을

여름 겨울

-흑과 백전문

 

전문구 시인의 인생길은 굽이굽이 흑과 백이 뚜렷하게 보인다. 계절을 통해 흑과 백의 논리가 갈라진다는 것이다.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물들고 겨울이면 눈이 오는 사계절 속에 그려지는 서정의 나래를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은 순환하듯 계절도 순환하는 환경에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제시해줌으로 시간적 흐름은 전형적인 오감과 교차하고 있다. 자연의 이치와 삶이 공존에는 모든 만물이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고 있음에 환기하는 모티브가 이 시인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은비령 마음에 심심산골이 살고/깊은 산골은 닮은 꼴//산골을 닮은 신선이 있다/보이지 않는 골짜기 숨겨두고/펼쳐진 마음속 아름답게 드러난/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아기새 둥지 같은 포근한 여유//투박한 바위도 사뿐한 길/굴곡의 의미를 따라/속세를 걸어가는 선한령/소풍 마을 달고 사는 생은/넘는 고개 해마다 새롭고/포근함 더하는 연인 같은 마음//새로운 은비령이/마음을 새겨 온다/깊은 산이 품은 향기 전해주려/은비령 통해 시간적 흐름을 관조하는 시인이다. 삶이 주는 은비령으로 그려지는 시인의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이치가 은비령만큼이나 악순환하는 심정을 반영한 것이다. 때론 평탄한 길도 있고 구부러진 길이 있듯 인생도 살다 보면 고단한 시기가 있다. 너와 나의 단절 속에는 높은 산만 보이듯 풍요로운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시기이다.

 

흑과 백』『은비령은 시인의 철학이다. 자연의 이치를 돌아보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듯 시 정신이 무엇인지 터득하고 부딪치며 습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정시의 정형적으로 시어 선택과 기교가 기성작가 능가하게 높은 수준의 언어 선택에 직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구 시인의 시 정신에 순수하게 정제된 언어와 질감이 기다려진다. 투명하고 절제된 언어 탐구에 좀 더 서정의 백미를 그려내는 진행형을 다시 보자.

 

하얀 날씨 탓

눈 내리는 날 두근두근 쌓여

흔적 지우려 발자국 덮는다

새긴 흔적은 지워지고

하얀 눈 위의 여백이 그립기 때문

 

지워짐에 눈을 좋아하고

아픔에 흔적 지워지기 바라는

아쉬움보다 흔적 치유기

 

흩날리는 추억에 꼬리를 잡고

내려앉은 발자국에 숨어

응집된 눈 기다려 본다

떠나버린 추억은 흔적이 있고

달리기하며 내린 눈

추억 위에 앉으려 한다

기대 보는 상처 그대에 허락한다

치밀한 허락은 냉정함에 돌아서

가슴에 뽀드득 남겨두리

 

-흔적전문

나무는

다리가 없어도

눈이 없어도

걷는 데 걸림돌이 없다

 

사람은 걷지 못한다

다리가 있어도

눈이 있어도 걷지 못한다

 

나무는 조금씩 조금씩

하늘을 걸어 올라가고 있다

하늘을 산책하고 손을 흔들며

책갈피 전해 준다

 

하늘을 걷다 힘들면

CO* 마시고 피톤치드 선물

따라갈 수 없는 베푸는 마음

 

그대를 우러러볼 수밖에

 

*이산화 탄소

-하늘을 걷는다전문

 

시인의 사색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흔적』『하늘을 걷는다 등에서 풍유법이나 활유법으로 영감을 얻어 묘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성찰은 어디에서 멈출까 질문은 그 열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시인이 추구하고 지향하는 시 방향을 다시 진지하게 논의할 시간이다.

 

느낌 대로 보자 남아 있는 생각 버리자/채우고 남는 공간은 남겨두고/욕심 없이 바라보고 생각 의미 덜고/화자 마음 읽고 뒤란으로 숨은 그림자/울퉁불퉁 그림자 읽지 말자/욕심 그림자 성형되어 예쁜 아내로 변신한다” 1단락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타협하고 있다. 어쩌면 마음 비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내 한몫을 부담 없이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예시하고 있다.

 

딱정벌레 냄새 보지 말고/위대한 등껍질 숨겨진 날개 보자/화려함에 숨어든 검은 채색 명화를 초월한 붓칠/남북으로 갈라진 반쪽 지구 본” 2단락에서도 내 마음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화려한 색채 속에 그려진 세월의 흔적과 화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맛에 환호 말고/널브러진 재료 마약 없는 바닥으로 음미하자/벌레와 나눈 열매 반쪽 재료 모자라도/정성 담은 화자 맛 끈기를 더해준다” 3단락에서 화려한 양념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느끼며 음미하자는 시인의 마음이 양식이 되어가고 있다.

작은 눈으로 보고 크게 생각하는 이성을 찾자/명성에 따라 넘기는 기()는 혼돈만 가져올 뿐/초롱 눈 이순(耳順)의 느낌으로 희석하자/자연에 감동하는 입으로 확인하고/화자 없는 글 지식창고 채워 넣자” 4단락에서도 삶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인생은 어쩌면 지식창고를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내 마음을 독자와 소통해 줌으로 새로운 발전이라 생각한다.

 

글 내용 읽어가면 화자는 생성되고/글맛에 중독되면 단골손님 찾아든다/글 쓰는 요리사 눈 감아도 맛을 낸다” 5단락에서도 내 삶에 충실하고 있음을 말해 줌으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인의 감성은 여러 경로를 통해 얻어지는 성찰이다. 계절을 되묻는 자연의 이치에는 시인의 애잔한 향수의 삶에서 끌어낸 오감이다.

 

가을은』『정원수(庭園樹)』 『흑과 백』 『은비령』『흔적』『하늘을 걷는다』 『느낌 대로 보자등에서 시인의 투철한 시 정신세계다. 시인은 시를 통해 보상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시를 통해 섭리에 순응하는 자세로 이미지를 표상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에서 보여주는 시상은 자기중심의 존재론에 천명하고 있음을 일괄하고 있다. 시에서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들이다.

 

4. 자아 인식의 표상

 

시의 대상과 인식에서 이미지의 형상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이 선택한 소재들은 충실한 감성과 순수한 감각에 의해 대상의 지배적 파악하고 표상하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시인의 심장에 멈추어 보기로 한다 김용택시인의 시에는 시골 풍경과 가족 그리고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 이유는 풍요로운 삶의 이치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정호승시인의 수선화처럼 국민으로 사랑받는 시들의 주류는 사랑하는 사람을 비유로 등장하게 하는 시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듯 전문구 시인의 시도 독자로부터 사랑받는 시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전문구 시인의 저 꽃잎은 독자와 소통하는 시집이 되었으면 한다. 잠시 기다려지는 시의 전개를 만나 보자.

 

 

입맛 없다 건너뛴 쌀

아침상에 봉긋한 주발

수저가 바쁘게 왕래한다

손도 스치지 않던 남의 살

잔디와 함께 걷고 있다

 

엄마 보러 가는 날

흥분한 황소 여물에 콧소리

몸 흔들림 곡선이 마음을 솎아낸다

 

눈감고도 알 수 있는 감

까치밥이 외로워 보이는 건

늦가을 문주방* 넘기 서러움

 

엄마의 외로움

문주방 넘기 전 달래보려

춤추는 낙엽 속 끼어든다

꼭 잡고 놓지 않으려는

아내의 잠긴 손

 

*문지방의 사투리(강원, 경남)

-아내의 엄마 사랑전문)

무신론자

내가 믿는 건 아버지

삶을 알고

사랑을 가르쳐준 아버지

배움이 짧아

몸으로 실천한 아버지

대화에 끝도 시작도 없지만

알 수 있는 대화

아버지의 마음속 기도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울림이 있다

 

허리가 굽어진 이유도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도

노파심이 많아진 이유도

가쁜 숨에 가다 쉬는 이유도

모두 자식에게 넘겨준 이유

아버지의 기도만 알아듣는다

아버지의 기도는 몸으로 하기 때문

-아버지의 기도전문)

 

전문구 시인은 시를 통해 가족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고 있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감이 시에서 긴 침묵을 깨고 다양한 감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내의 엄마 사랑에서 보여주듯이 눈감아도 알 수 있다와 늦가을 문주방 넘기 서러움에 그려지는 시는 아린 부문이 있다. 애써 말하고 싶지만 비유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해 더욱 애절하게 한다. ‘아내의 잠긴 손은 아마도 눈물이었을 것 같다. 그렇듯 시에서 보여주는 삶의 언저리에는 숨을 몰아쉬는 마디의 소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기도에는 많은 가르침이 그대로 들어나 있다. 인연의 굴레에는 그 무언의 세계가 있듯 보이지는 않지만 텔레파시처럼 마음에서 오는 언어 등이 있다. 시인은 아버지로부터 서로 교감을 나누며 그 이유를 묻지도 않는다 그런 과정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엄마 사랑』『아버지의 기도를 통해 승화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전문구 시인의 시는 계절의 이치에서 오는 오감과 가정의 사랑이 그대로 보여주는 순수한 서정시이다. 시인의 진솔한 마음을 형상화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미가 시에서 나타나 있으며 순환의 시간성이 주목을 흡인하고 있다.

 

이제 전문구 시인의 시집 읽기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시인의 시는 직관적 눈으로 사물을 투시하고 시의 인식을 공식화하고 있다. 시인은 감성에서 주는 심미안 안에 펼쳐지는 오감은 순수함에서 주는 진리와 결실을 맺으려 하는 메시지가 승화되어 가는 과정에 인간사의 변주곡이 되어 간다. 시인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전하는 언어에 대한 성찰로 새로운 관점에서 창조하는 시법을 인식하게 된다.

 

전문구 시인의 시는 심리적 거리에서 사물의 대상과 일치된 모습을 엿보게 한다. 시의 이미지 발견은 지성과 감각이 항상 동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인의 통찰력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시상 속에 그려내는 언어는 남다른 통찰력이 돋보인다. 자연을 사랑하는 순례자로 발돋움하는 시인이다. 시의 감성 속의 풍자는 내면에 잠재한 진실을 분사하는 서정적 시 정신을 발양하고 있는 시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최선을 다하는 시인이 되길 바란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