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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안정복 문학상 대상 전양우 금상 최재영 은상 김희숙(김나비)

현대시선 홍보실

by 윤기영 2020. 11. 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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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안정복 문학상 대상 전양우 금상 최재영 은상 김희숙(김나비)

 

대상 수상작 프로필

 

 

전양우(全良祐)시인

서울 성동고등학교 졸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

서울 상명여자중고등학교 국어교사 및 문예전담교사 20년

창조문학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

청계시사 문학상 대상

서울시사 문학상 시부문 대상

한국의 정형시 문학상

맹골 문학상 대상

창조문학신문 문학상

한국작가대상(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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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택재麗澤齋

 

전양우

 

오로지 국가를 푯대삼아

부정을 피하여 좋은 것만 보고

길이 아닌 곳은 가지 말라

몸을 갈고닦는 것이 애국의 시작이니

미로에도 오로지 성실하고

사철 요란한 꽃에도 흔들림 없다

산새 더불어 일어나서

벼익는 소리 어울려 글을 쓰고

베옷 그림자 서성이는 그늘

삽살이 낮잠 자고

맑은 물소리 화운和韻한다

벼슬 높은 장닭 두릿두릿하는데

섬돌 위에 놓인 태사혜(太史鞋) 한 쌍

책 읽는 소리 풍경같다

 

 

 

2 묵연墨硯

 

전양우

 

오로지 새벽 첫이슬 모아

이택재麗澤齋 교육백년대계

經世致用 修己治人

역사의 정통성 東史綱目에 새기니

만고불변 송덕비에 빛나는 목민의 뜻

말없는 수양으로 한없이 뿌리 내려

무성한 가지 광주 뜰에 펴고

영원히 푸른 향기 큰 가슴에 가득 담아

家和萬事成

身體髮膚受之父母

때로 가뭄으로 헐벗고

비바람이 눈을 가리고

눈서리가 오감을 마비시키고

삼복더위가 숨을 막아도

밤새 촛불로 타는 고지식한 진심

大器晩成

새소리 화합하고 신록 화려하니

향기는 사방에 나비 떼로 남아서

천고의 북소리 오늘까지 들려오니

정갈한 묵연墨硯 어제처럼 서늘하다

 

 

 

3 스승

 

전양우

 

오직 백성의 화평

나라의 굳건한 초석이고저

아름다운 국혼을 후세에 전승하고저

초야에 몸을 담고 바람에 맘 실어

골골마다 소년을 바로 세워

푸른 세상 밤낮으로 열어가다

고고한 기상 역사에 깊이 담아

말없이 지킨 님의 속마음

파르스름한 자태로 녹아드는

짙고 짙은 청와靑瓦 향기

취한 듯 마주한 손바닥

뛰는 숨결 일어나듯

서로 보듬고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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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수장자 프로필

 

 

최재영 시인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

2005년 《강원일보》와 《한라일보》,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 『루파나레라』(천년의시작, 2010)

<꽃피는 한 시절을 허구라고 하자>(시인동네)

방송대 문학상 등단. 제29회 성호문학상 수상/시원문학동인회장

 

 

 

1 記夢*(기몽)

 

최재영

 

이택재에 저녁이 들자

뒷산이 먼저 내려와 눕는다

수백 년이 지나도록 어둠을 밀어내려

누군가 밤새 서책을 읽고 있을까

등촉 흔들리는 창틈으로

달빛은 수시로 들렀다 가고

사내의 형형한 눈빛이

길고 긴 역사를 통시한다

반도의 강역을 바로 알리고자

핏발 선 눈으로 써 내려가는 일필휘지

누구도 기록하지 못한 사내의 비범은

어디에서 읽어내는가

필생의 역작을 기억하는 노거수 느티나무는

켜켜이 바람을 접었다 풀며

뼈 속까지 환해지는 묵향 한 줌씩 내놓다

꿈에서라도 근심하여 찾아오시는지

한 획씩 힘있게 내리긋는 붓 끝엔

밤늦도록 적막이 머물다 간다

꿈을 더듬어 기록하는 내내

일생 강직하여 고단했던 그의 행적을 따라

아득히 번져가는 먹빛, 환하게 피어난다

 

 

*기몽: “꿈을 더듬어” “꿈을 적다”는 뜻으로 안정복의 시 제목

 

 

2 부처를 꺼내다

 

최재영

 

석공은 고심 끝에 부처를 들어냈죠

그에게 돌부처는 한 세상을 완성하는 일

기약도 없이 하 적막한 끝이어서

어디서도 석공을 기록한 흔적은 볼 수 없네요

불경스럽게도 어느 쪽이 돌부처이고 석공인지

사방 정을 쪼는 소리만 아득한데,

칠흑의 시간을 견뎌 온 모서리마다

칸칸이 고요의 질서를 둘러앉히고

형형한 눈빛과 인자한 미소를 다듬어요

돌 속 깊숙이 들어 들어앉아야

온전히 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법

기어이 석상이 되어야함

천년 가는 미소를 새길 수 있다는데,

돌덩이와 독대하며

그는 일생을 면벽수행 중인지도 모르지요

여간한 고행이 아니건만

뼈대를 앉히고 숨결을 불어넣자

오매불망 해탈한 부처님 환하게 피어나요

그 향기 온몸 가득 은은하고

비로소 돌의 허락을 얻어냈는지

밤새 미증유의 피안(彼岸)을 완성한 게지요

 

 

 

3 백년의 사원

 

최재영

 

꽃 한 송이가 사원이다

몸 안에 주렁주렁 사원을 매달고

백년을 걸어가는 한그루 꽃나무

경건한 꽃들의 언어를 파종하느라

허공엔 새들의 날갯짓도 분주한데,

당신은 바람으로 떠도는 문장이어서

주름진 편린마다 꽃을 참았던 흔적 역력한데,

길목마다 당신의 향기로운 입술이 피고 진다

한 순간도 폐허인 적은 없었다고

꽃이 지는 순간 또한

나직하게 경문을 읊조리는 것이라고

꽃의 심장을 열고 닫는 열락의 순간들, 황홀하다

누군가 삭풍으로 다녀가시는 어느 날엔가도

그윽하고 웅장한 사원엔

사태지는 소리 한 채씩 눈부시게 파문지고

나무의 한복판을 관통해가는 울림에

봄날은 다시 백년의 문장으로 피어나는 중이다

경배를 올리듯 사뿐히 다녀가시는 어떤 손길은

잠시 묵념하듯 사원 기둥에 저녁을 밝혀두고

평생 발설치 못한 성소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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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수상작 김희숙(김나비)프로필

 

본명 김희숙 예명 김나비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 졸업

우석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충북 시인협회 사무국장

2017 <한국 NGO 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7 <시 문학 등단>

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수필집 <내오랜 그녀>와 시간이 멈춘 그곳>

시집 <혼인 비행>

 

 

 

1. 가을, 이택재

 

김희숙

 

소슬바람이 계절의 손을 잡고 이택재에 당도한다

새들은 마당에 종종거리며 발자국 글씨를 쓰고

햇살은 눈을 반짝이며 문장을 읽는다

 

가을이 노랗게 내려 앉은

느티나무 아래 순암을 생각한다

수백 년 느티가 만들어준 그늘, 그 그늘의 심연

그렇게 세상에 한없는 그늘을 나누어 주고 떠난 사람

 

글자에 녹아든 영혼이 묵향으로 풀어지는 사숙당

텃골에 울려 퍼졌을 호연지기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유생들의 글 읽는 환한 소리, 새벽을 깨웠겠다

 

역사의 계통을 밝히고 시비를 가리느라

지새웠을 나날, 이택재는 묵묵히 지켰으리라

빗방울 불러와 노래 불러주고

깊어가는 하늘 위에 순암의 생각 받아 적었겠다

 

 

 

2. 기억의 건축학

 

김희숙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계절, 내 몸에

전선 같은 핏줄을 설치하고 꾹 눌러 놓고 떠난 당신

 

초록이 뼈를 태우는 한 잎의 밤,

향이 손가락 풀어 허공에 하얀 그림 그릴 때

길게 자란 고요가 까무룩 졸고 있다

고사리 올리고 조기 올리고 떡을 올리고 식혜를 올린다

배를 올리려다 말고 한참을 쳐다 본다

 

꼭지가 떨어진 배꼽

그 깊은 동굴 속에 녹아있는 여름 냄새를 만진다

작은 열매 노랗게 익자 탯줄을 잘랐겠지

 

움푹 패인 내 배꼽을 더듬어 본다

과거와 현재의 이음줄이 있던 곳

내가 익어 세상에 나오자 잘려지고 매워진 자국

그 속에 묻어둔 당신 맥박이 눈을 끔뻑인다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저린 기억인지

 

껍질을 벗기고 배꼽을 깊게 도려내 목기에 올린다

당신을 향해 일렁이던 감정처럼

세상의 모든 그리움이 향 쪽으로 몰려가 타는 밤

흩어지는 연기 사이 웃고 있는 아득한 얼굴이

내 몸에 아득한 전류를 방출한다

심장에서 나온 맥박이 온몸으로 붉게 퍼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가득 담고 있는 밤

막힌 동굴 속에서, 갓 태어난 달걀 같은

당신 숨소리가 환하게 걸어 나온다

 

 

 

3. 워터코인※

 

김희숙

 

나는 짤랑거리지 않는 푸른 동전

물에 다리를 묻고 태양이 흘리고 간 그림자를 줍는다

창에 비친 유리병 속 내 다리는 길고 짧고 제각각

언제쯤이면 자라 가지런하게 될까


모두가 떠나버린 재개발 아파트

107동 앞 화단엔 잎을 떨구지도 못한 채

말라버린 단풍나무, 버석한 손을 흔든다

막 겨울잠에서 깬 민들레는 칠 벗겨진 담벼락을 따라

흩어진 소문을 피워 올리고

아이들이 사라진 놀이터, 부서진 자동차 하나 뒹군다

 

다리를 침대에 묻고 있는 정우

엄마를 기다리며 홀로 견디는 오후가 절름거린다

허물어져 가는 아파트 단지에 고요가 쌓일 때

밖을 향해 온몸의 초록 피를 끌어올려 눈을 세운다

 

그리움마저 삼켜버린 작은 방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두꺼운 슬픔 위로

훅~ 벽을 치고 지나가는 고양이

벽지 뒤로 시멘트 가루가 후드득 떨어지고

쥐고 있던 동전이 바닥으로 쏟아진다

 

햇살을 물고 조는 늙은 아파트

초록 눈빛을 뻗어 정우의 잠든 얼굴을 토닥이고

창가에 문병 온 바람, 덜컹거리는 숨소리를 본다

 

※ 돈을 불려준다는 워터코인, 수경재배식물, 잎이 동전 모양임

 

 

 

<안정복 문학상 심사평>

 

제3회 안정복 문학상에는 총 542명이 응모하였다. 제1차 심사에서 100편을 선정하여 제2차 본심에서 13명을 선정하였다. 대상 1명, 금상 1명, 은상 1명, 동상 5명, 장려상 5명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뚜렷한 주제의식과, 다양한 수사법(Rhetoric)에 의한 표현의 형상화와 운율 등에 초점을 맞추어 심사에 임하였다.

순암 안정복 선생의 생애와 사상과 실천과, 역사의식 등을 잘 이해하고 시로 승화시킨 작품에 가점을 주어서 선정하였음을 밝혀둔다.

전양우씨의 「묵연墨硯」은 뚜렷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며, 시의 형상화면에서도 순암의 생애와 역사의식을 충실히 표현해내고 있어서 대상에 선정되었다.

최재영씨의 「記夢기몽」은 주제의식과 시의 유기적 구조, 표현의 유려함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금상에 선정되었다.

김희숙씨의 「기억의 건축학」은 제의의식을 통해 자신의 뿌리와 역사와 본질과 조우하는 과정을 심도있게 형상화해내고 있어서 은상에 선정되었다. 그 외에 동상과 장려상 등에 선정된 작품도 깊이 있고 완성도 있는 작품이 많아서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심사숙고하였음을 말씀드린다.

수상자에게 축하드리며 선에 들지 못한 많은 분들께도 아낌없는 격려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안정복 문학상>을 제정하여, 많은 국민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데 기여해주시는 순암연구소와 현대시선문학사에 경의를 표한다.

 

심사위원

이혜선(시인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김영미(시인 문학박사)

 

안정복 문학상 총괄운영위원 정설연

주최 현대시선 문학사 대표 윤기영 주관 순암연구소 대표 안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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