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봄이다
윤 기영
천천히 뉘우치며 겨울이 진다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면
이제는 기다릴 수 없는 날들
필사적으로 큰 걸음으로 달음박질친다
나를 데리고 만발한 초록의 길로 안내한다
오랜 습성의 마음 끝으로 옮겨오는 일
노랑꼬리 붉은 꼬리를 달고
구름 열차는 제주에서 출발했다
모든 씨앗을 부화시키며 계절을 지우며 온다
아, 봄이다
꽃 속으로 숨을 들이켜며 그곳을 지나고 있다
아, 꿈이다
마음엔 초원을 그리며 풍경을 쓰고 있다
아, 시인이다
견우직녀의 사랑을 기다리는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