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칼로
윤기영
모두에게 마음을 나누어 주고 싶다
새해가 되니 나누어 줄 건 없고
시인이기에 시를 적어
소박한 꿈을 전하고 싶다
이해도 시를 찾아 너에게 보낸다
너는 시가 싫다고 먼발치 비켜 어슬렁대니
시에 고꾸라져 눈이 멀도록 아파도 봐라
저해가 가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올해는 너와의 약속이 있지
바람이 부는 데로 문밖 소리를 들으며
시의 주인이 누군지 찾아 떠나자고 했나
아직도 나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거겠다
우리 모두 시를 찾아 여행을 떠나자
잊혀가는 좁은 문을 두드리며
계절을 바꿔 타보기도 하고
가끔은 오라에 향기를 묶어 음미도 해보며
진솔한 시인의 소리를 뼛속까지 세겨보며
이별의 칼로 시가 아프다 할 때까지 찔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