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별이 반짝이는 밤
시/윤기영
설원에 서리는 하얀 외로움은
두근거리고 휘날리는 떨림이
녹슨 바람의 눈빛으로 화려하지만
선율 속 남긴 숙취는 비가 된다
뽀얗게 펼쳐지는 첫눈은
어둠을 뚫고 별이 되어 있건만
장벽에 부딪혀 쌓이는 눈처럼
그리움들이 포개 눕는다
겹쳐 누운 살갗에 터트린 울림은
한라 백두의 12폭 명주였나
붉게 솟구치는 그리움이
설원을 검게 물들인다
타버린 재로 쓴
보고 싶다는 짧은 편지를
남동풍 하늘로 보낸다
눈빛별이 반짝이는 밤.
윤기영시집 "처음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