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벗겨 버릴까
시/윤기영
옷깃을 닿을 듯
담아 두었던 묶었던 한순간이
하얀 눈을 밟으며 선하게
뽀송뽀송 뽀드득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텅 빈 날이면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마음 한구석 비우는 일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머물 줄은
가슴으로 알았습니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설익은 사과처럼 붉게 익기를 기다리며
그리워했던 날보다 단비를 맞으며
푸릇푸릇 자란 시간이 돌아와
겨울은 매혹의 밤입니다
비춰진 하얀 그리움에
묻혀 버리고 싶은 알 수 없는 깊이에
내 마음 막막하면 하얀 눈 속에
그리움을 벗겨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