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른 배롱나무에 눈길이 가는 오뉴월 넘실거리는 햇살 사이 아련한 꽃 무더기로 흔들리던 어머니 마지막 가신 길목마다 서성이며 귀천을 인도하듯 손을 흔드는데 눈물 어룽진 연분홍 치맛자락 날리는 이팔청춘 쪽진 엄마의 전생 같아서 더 서럽던 멀리 하염없이 손 흔드는 이 어머니 같아
뒤 늦게 피어나는 붉은 사랑이 보여서 마음 속 서늘한 우물 길어내어 애끓는 사랑에 목 추이고
어머니 당신이었군요 배롱나무 그 눈부심이 사랑이었군요 달콤하고도 망연한 사랑이었군요 이제야 그 사랑을 기억하고 기억하고 어머니 떠나신지 삼백예순날 지난 지금 대도사 마당에 흐드러진 바람이 당신의 인자한 어루만짐이었음을
그리운 사람은 더욱 그립습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다 보인다고 했는데.. 어머니 같은 배롱나무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