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았습니다
윤기영
이제야 알았습니다
글만 열심히 쓰면 사랑인 줄 알았는데
일만 열심히 하면 잊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채울 수 없는 쓰라린 가슴 달래면
걸었던 시간 얽매어와
눈먼 사람처럼 앞이 보이질 않아 헤매면
먹먹함은 습관처럼 왔다 갔다 합니다
일만 열심히 하면 잊는 줄 알았습니다
겨울이면 찬 서리로 온몸에 번지면
마디마디 뒤틀리는 통증 느끼며
몽롱함에 깨어나면 그 자리였습니다
바보처럼 사는 게
눈먼 사람처럼 생각을 지우며 말이지
당신 보고 싶음을 이렇게 적어 놓고 갑니다
글만 열심히 쓰면 사랑인 줄 알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