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불빛이 얼어 죽은 설
by 윤기영 2007. 2. 17. 12:06
불빛이 얼어 죽은 설 시/윤기영 명절거리가 춥다 하고 웅크린 발끝은 오늘 일은 아니 것만 속수무책이란 말인가 길거리 노숙자보다 더 추운 것은 가스 배관이 잠겨 찬물이 쏟아져 소멸된 냄새들 세종대왕이 추녀에 매달려 붉게 그어진 스티커 기둥 위로 흐르는 냉기가 골목을 어슬렁대지만 키가 자라다 말고 쉰 눈빛이 모퉁이마다 부딪쳐 떨어진 자리 리무진만 번들 번쩍하네 쓰레기봉투 안에 담긴 양심들은 들쥐들 편 가르기 하고 윗집은 불빛이 익어 시끌벅적한데 아랫집은 칼날 세운 창틈 사이 기대선 가로등 별빛에 걸터앉은 향수소리가 슬프다 말 못하는 것은 앞뒤 분간 없이 살아온 예외 없이 정해준 시련들의 필연성 몸은 추울지언정 대화 상대가 없는 영등포역의 노숙자보다 대화 상대가 있어도 말할 수 없는 불행한 환경들.
불빛이 얼어 죽은 설
시/윤기영
명절거리가 춥다 하고 웅크린 발끝은
오늘 일은 아니 것만 속수무책이란 말인가
길거리 노숙자보다 더 추운 것은
가스 배관이 잠겨 찬물이 쏟아져 소멸된 냄새들
세종대왕이 추녀에 매달려 붉게 그어진 스티커
기둥 위로 흐르는 냉기가 골목을 어슬렁대지만
키가 자라다 말고 쉰 눈빛이 모퉁이마다
부딪쳐 떨어진 자리 리무진만 번들 번쩍하네
쓰레기봉투 안에 담긴 양심들은 들쥐들 편 가르기 하고
윗집은 불빛이 익어 시끌벅적한데
아랫집은 칼날 세운 창틈 사이 기대선 가로등
별빛에 걸터앉은 향수소리가 슬프다 말 못하는 것은
앞뒤 분간 없이 살아온 예외 없이 정해준 시련들의 필연성
몸은 추울지언정 대화 상대가 없는 영등포역의 노숙자보다
대화 상대가 있어도 말할 수 없는 불행한 환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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