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의 시간
윤 기영
오는 세월을 흘러보낼 뿐이다
길고 긴 외경의 시간
잔설로 얼어붙은 마음이 싫었다
따뜻한 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세월과 난 모나게 뒤돌아 누워
각자 잠을 원망하며 이룰 수 있었다
심연의 꽃을 피워 오르길 기다렸지만
잘난 글 때문에 모두 떠났다
시인은 고독하다
모두 떠난 자리엔
사랑으로 채워야 할 곳을
글들이 꽉 차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며
어두운 그림자를 조금씩 깨물어 먹는다
이런 세월에 산다는 것을 원망하면서
쏟아지는 언어에 죄의식을 느낀다
오늘도 카페 문을 열면서
글에 희망을 던져보지만
곧 죄의식에 시달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