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대변자
시/윤기영
김밥집에 앉아 있는 사람들
김밥은 그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탁자마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혼자다
그리고 서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살겠다고 끼니 때우러 온 것 같다
인생은 그렇고 그렇다
퉤퉤 한 소리마다 길가에 버려진 표정들
찌그러진 깡통에 입혀놓은 옷들이다
김밥 두 줄에 외면당한 인생은
취조당한 삶의 그 자체이었다
내 목젖이 울컥대는 것은 슬픔이었다
저 사람이 돌아가 일기를 쓸 때 유서를 쓸 때
나와 똑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것이다.